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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의 캠핑 No.7 - 마르세유 & 카르카손

드로잉미 2020. 3. 15.

"기대가 없어 좋았던 마르세유, 카르카손"

 

  영국으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프랑스 북쪽으로 올라가야 했다. 그래서 니스에서 마르세유, 카르카손을 거쳐가야 했다. 마르세유는 마르세유의 장미에서 들어봤을 뿐 어떤 곳인지 전혀 몰랐고 카르카손은 이름조차 처음 들어보는 곳이었다. 벨기에에서 유명한 브뤼셀보다 브루게가 좋았고 오스트리아에서 할슈타트 보다 인스브루크가 좋았던 것처럼 프랑스의 마르세유, 카르카손이 내게는 유명한 니스보다 좋았다.

 

"최고의 비치를 만난 마르세유 캠핑장" 

 

  2017년 8월 19일 마르세유에 도착했다. 정확히는 마르세유 북서쪽에 위치한 마흐띠그라는 작은 마을이었다. (니스에서 편했으므로 이제는 캠핑) 그 해 마르세유 시내는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소문들이 있었다. 유럽에서, 영국에서 테러가 있던 시기라 안전하지 못하다는 소문을 무릅쓰고 관광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마르세유 시내 관광은 하지 않고 캠핑장과 해변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camping seagulls

  우리가 선택한 마르세유 근교의 캠핑장은 구글에서 camping seagulls라고 나오는 곳이었다. (사이트 홈페이지는 campinglesmouettes.com)  마르세유의 캠핑장은, 황량했다. 바닥에 잔디라고는 없는 모래뿐인 곳이었다. 바닷가라 바람이 많이 불어 꺼내놓은 주방도구들이 모래로 범벅이 돼있기 일쑤였다. 

그냥 저냥 쓸만했던 캠핑장 시설들

 

 

" 최악의 캠핑장에서 최고의 바닷가를 만나다"

 

   해변가라 바닷가를 즐기러 오는 프랑스 사람들의 휴양지 같은 느낌이었다. 우리 캠핑장 외에도 많은 캠핑장들이 곳곳에 위치해 있었다. 캠핑장 뒤쪽 문을 통해서 해변가로 바로 가는 길이 있다고 했다. 텐트를 치고 짐을 정리하느라 모래와 땀범벅이 된 채로 바닷가로 나섰다. 캠핑장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고 화장실, 샤워시설도 당연히 마음에 들지 않는 캠핑장 때문에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하지만 울퉁불퉁한 숲길을 걸어 도착한 바닷가는 이제까지 캠핑 중 최고의 바닷가였다.

 

  입이 쭉 나와있던 내 뒤통수를 빡 한대 치며 '여기 이런데 야!' 하고 보여주듯이 정말  최고였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백만 불짜리 모래사장이 있었고 물은 얕고 잔잔했으나 파도타기에 적당했으며 차갑지 않아 들어가 놀기 안성맞춤이었다. 

 

아이들이 놀기에 최적의 해변이었다. 

  작은 해변에 자유로운 프랑스인들이 오는 곳이라 그런지 비키니 상의를 입지 않은 여자들도 간혹 눈에 띄었다. 우습게도 나보다도 신랑이 더 화들짝 놀래며 시선을 어디다 둬야 할지 안절부절이었다. 바다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도 한참을 물속에서 놀았다. 그러고는 부드러운 모래사장에 누워 햇볕도 즐겼다. 영국으로 돌아가서도 아이들은 파리의 디즈니 랜드보다 마흐띠그의 부드러운 모래를 자주 이야기하고 오래 기억했다.


 

"중세의 숨결이 살아있는 작은 도시, 카르카손"

 

  2017년 8월 21일 보르도로 캠핑을 가기 전 '카르카손'이라는 곳에서 1박을 하였다. 이유는 단지 마르세유에서 보르도까지 한 번에 가서 캠핑을 하기 힘들어서였다. 아무 계획도 없었다. 그저 호텔에서 1박을 하는 것 외에.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그냥 한 번 둘러나 보자 하고 나갔다 발견한 것이 '콩탈성'이었다. 

카르카손의 콩탈성

 " 콩탈성 안에서 생동감 넘치는 중세기사들의 연극을 보다"

  특별한 일정도 없으니 성 구경해보자 하고 들어갔던 '콩탈성'은 규모도 컸고 볼거리도 많았다. 입장료를 구매할 때 안에서 하는 공연도 볼 수 있는 것으로 구매하였다. 기대도 하지 않았던 성에서 생각지도 못한 공연을 봐서 인지 더 재미있었다. 불어로 이야기해서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말을 타고 벌어지는 낯선 프랑스 중세 기사들이 싸움을 우리 넷 다 흥미진진하게 관람했다. 

 

콩탈성에서 본 중세 기사들의 전투 연극

 

 

  높다란 성벽 안에 마을처럼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어 걸어 다니며 여유 있게 구경하였다. 야외 테이블에서 먹고 있는 메뉴들을 보니 맛있어 보여 성 안의 레스토랑에 저녁을 먹으러 들어갔다. 야외 자리도 있었지만 이탈리아에서 당한 후로 우리는 웬만하면 야외 테이블은 피하게 되었다. 밖에는 프랑스 사람들로 보이는 가족이 앉아있었는데 아들과 엄마가 무언가를 자세히 이야기하며 함께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아들은 우리나라 고등학생쯤으로 보였다. 마흐띠그 해변에서 이어 두 번째로 신랑과 내가 눈빛을 주고받으며 문화적 충격을 나누었다. 

 

콩탈성 내부와 성 안에서 먹었던 요리들


 

  마르세유, 카르카손은 그냥 지나쳐 간다 생각했었다. 그래서 아무런 기대가 없었다. 그래서 좋았다. 설렘 끝에, 기다림 끝에 오는 만족감도 좋지만 예상치 못한 곳에서의 즐거움은 그 크기가 배가 되는 것 같다. 마흐띠그의 해변이 그러했고, 카르카손의 콩탈성이 그러했다.

카르카손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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