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의 캠핑 No. 6 - 프랑스 남부 니스
"노래노래를 불렀던 프랑스 니스"
프랑스 남부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그래서 늘 입버릇 처럼 '프랑스 남부' 노래 노래를 불렀더랬다. 니스에 도착했을 때 신랑이 말했다.
"니가 그렇게 노래를 부르던 프랑스 남부에 왔다."
같은 여름이었지만 뜨겁게 내려 꽃는 듯한 이탈리아의 햇빛과는 무언가 다른 느낌이었다. 프랑스이지만 프랑스 같이 않은,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섞어 놓은 듯한 이국적인 느낌 때문에 모두가 매력을 느끼는 도시인가보다 생각했다.
"니스의 호화로운 캠핑 cabin, Les cent chenes"
2017년 8월 16일 피렌체, 피사를 거쳐 니스에 도착했다. 니스에도 캠핑을 계획하였으나 짧은 기간에 긴 운전을 혼자 도맡아 하던 신랑이 체력의 한계를 호소했다. 그래서 계획을 수정하여 캠핑장에 있는 cabin에서 숙박을 하기로 하였다. 캠핑도 좋지만 화장실과 부엌이 있는 곳에서 숙박을 한다고 생각하니 신이 났다. luxury cabin이라는 이름처럼 가격도 호텔에 맞먹는 가격이었다. (캠핑장은 구글에서 Les cent chenes를 검색하면 나온다.) 캠핑장이라 니스 시내 근처에서는 30~40분 정도 차를 타고 산 위로 올라가야 하는 곳이었다.
"니스 시내 구경을 나갈 땐 수영복 챙기기!"
캠핑장을 둘러볼 새도 없이 차를 몰고 니스 시내로 나가보았다. 바닷가 근처에 차를 주차하고 길을 따라 걷는데 디즈니 크루즈가 눈에 띄었다. 여름방학에 맞추어 타려면 1년 전에 예약을 해야한다던 그 크루즈였다. 밥도 주고 이동도 배를 타고 하니 세상 걱정없는 저 크루즈는 얼마일까 생각하며 아이들과 한참을 구경했다.
해변을 따라 꽤나 걸어야 했다. 뜨거운 해 아래에서 바닷가를 옆에 두고 걷고 있자니 아이들이 징징거리기 시작했다. 다음 날 바닷가에 들어가기로 약속하고 아이들을 달래서 시가지 안 쪽으로 들어가 보았다. 마티스며, 샤갈이며 유명한 작가들의 박물관이 있다는데 찾아가 볼 생각은 처음부터 접었다.
시가지 안 쪽으로는 마켓이 열리고 있었다. 나는 유럽의 마켓들이 좋다. 상품을 진열해 놓는 그들만의 스타일이 좋고, 북적거리며 돌아다니는 느낌이 좋다. (사람이 많은 곳을 좋아하지 않지만 마켓은 예외) 마켓에서 파는 음식들로 요기를 하는 것도 좋아한다. 식사를 하기 위해 레스토랑을 고르는 것은 꽤나 스트레스이다. 맛있을까, 친절할까, 가격은 어떨까 등등. 하지만 길에서 사먹는 간식들은 그런 부담이 전혀없다. 사서 나눠 먹어보고 맛있으면 하나더, 맛이 없다 손 쳐도 그냥 현지음식 한 번 먹어본 경험으로 치면 되니 말이다.
"니스 하면 생각나는 바닥 분수대"
점심을 먹고 니스 시내를 구경하고 다니니 아이들이 점점 지쳐갔다. 그러던 차에 바닥 분수 공원이 떡 하니 우리 앞에 나타났다. 아이들은 모두 분수 위를 뛰어 다니고 있었고 관광객 부모들은 분수 주변에서 서서 뛰어 노는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마구 뛰어들어가려는 아이들을 혹시나 준비해온 수영복으로 갈아입혀 놀게 하였다. 그렇게 두 시간이 넘도록 아이들은 뛰어놀았다. 여기 저기 돌아보려던 오후 일정이 모두 접어야만 했다. 신랑과 말하지 않고도 다른 일정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는 표정을 주고 받았다. 무아지경에 빠져 놀고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것은 부모에게 어떤 힐링의 순간을 주는 것 같다. 중요한 것은 나에게 놀아달라 하지 않고 자기네들 끼리 놀아야 힐링이라는 점. 놀아달라 하는 순간 상황은 반전된다.
"프랑스 빵 맛이 다르긴 다르다."
이튿날 아침, 신랑은 빵을 사러 가겠다고 새벽부터 일어나서 나갔다. 프랑스 여행을 다녀오신 시아버지께서 이제 아침으로 빵을 먹겠다 선언하시고는 일주일이 지나 빵을 입에도 대기 싫어 하셨다는 일화를 들었었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 프랑스에서는 아침으로는 바게트와 크로와상을 먹어야 된다던 신랑은, 산골짜기에 있는 캠핑장에서 한참을 차를 몰고 내려가 빵을 사왔다. 그 나라에 가서 그 나라 유명한 것을 해보겠다는 생각이 촌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막상 해보고 나면 아 이래서 유명하구나 알게된다. 아침에 갓 구워 나온 프랑스 이름없는 빵집의 바게트와 크로와상이 그러했다.
"니스의 바닷가는 자갈밭!"
바닷가에서 놀 준비를 단단히 하고 아침부터 나섰다. 어제 가본 곳이라 익숙하게 주차를 하고 바닷가로 갔다. 해변은 물만큼이나 해변가 모래가 중요하다. 니스 해변은 모래가 아닌 자갈밭이었다. 환상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아이들은 자갈을 밟으면서도 발이 아픈 줄 모르고 신나게 놀았지만 나는 내딛는 걸음걸음이 괴로웠다.
한참을 물 속에서 놀던 아이들은 나와서도 자갈을 주우며 놀았다. 아이들은 없으면 없는데로 잘 큰다고들 한다. 무언가 없어서 불편하고 힘들다 불평하는 것은 아이들이 아니라 나였다. 주어진 상황을 판단하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아이들의 자세를 니스에서 또 새롭게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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