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의 캠핑 No.5 - 물 위의 도시 베니스
"베니스 섬 패리 선착장 앞, 캠핑장 Fusina"
2017년 8월 12일, 캠핑 후 호텔 숙박의 룰을 깨고 코르티나 담페초에서의 캠핑 후에 베니스에서 캠핑을 하기 위해 떠났다. 베니스 캠핑장은 베니스 섬으로 가는 패리 선착장 옆에 위치한 fusina camping & duck이었다.
예약을 확인하고 텐트 위치를 받아오는 신랑의 표정이 아리송했다. 텐트의 위치가 정해져있는 것이 아니고 구역만 정해져 있어서 그 구역 안에서 알아서 텐트를 설치하면 되는 곳이었다. 그럼 너무 질서없이 텐트가 쳐져있지는 않을까, 자리가 안 좋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말 그대로 기우였다. 사람이 자유로워지면 무질서해질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최소한의 룰만을 주고 그 나머지는 각자의 선택에 맞긴다면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는 가운데 더 나은 환경을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이 베니스 캠핑장에서 알았다. (모든 상황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리라)
서로의 텐트 자리에 피해가 가지 않게 적당히들 간격을 두고 각자가 원하는 자리에 자유롭게 텐트를 쳐둔 상태는 자유롭고 편안했다.
규격화된 텐트pitch에는 그늘이 충분하지 않아 한 여름 텐트 안이 찜통같을 때가 많았는데 여기에서는 나무 그늘을 골라 자리 잡을 수 있어 너무 좋았다. 마치 내 집을 좋은 위치에 떡 하니 지어놓은 그런 뿌듯함이었다.
"패리를 타고 베니스 섬으로 고고"
캠핑장에서 걸어나가면 베니스 본섬으로 가는 패리를 타는 선착장이 있었다. 텐트를 친 후에 베니스 본섬을 가기 위해 페리를 타러 갔다. 관광객인 우리는 베니스 본섬을 가기 위해 페리를 타기 위해 그 곳을 갔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곳도 바닷가라 돗자리를 피고 햇볕을 즐기며 누워있기도 했다.
베니스. 세계적인 관광 도시이고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다. 수상도시라는 특이함 때문에 사진으로, 영상으로 수없이 봐왔던 곳이었다. 나는 이런 유명한 곳을 갈때에는 오히려 아무런 감흥을 못 느끼는 편인 듯 하다. 모나리자 그림을 직접보았을 때,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직접보았을 때처럼 '아 책에서 보던거랑 같네.' 그러고는 아무 느낌이 없었다. 이국적이었지만 좁은 골목골목들이 관광객들로 넘쳐났다. 길을 걷고 배를 타는 사람들을 활기가 넘쳐 보였지만 정작 수상도시 위의 건물 내부는 어둡게 비어있어 유령도시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낮과 밤에 수없이 들어오는 관광객들이 빠져나간 이곳은 어떤 곳일까 상상하며 수많은 인파 속을 아이들을 손을 꼭 잡고 돌아다녔다.
관광을 마치고 조용한 캠핑장의 우리 텐트로 돌아오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캠핑에서의 텐트는 집이다. 여행의 즐거움이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이라는데 우리가 지은 우리집으로 돌아오니 좋았다. 캠핑장이 커서 내부에 맥주와 피자를 파는 음식점이 있었다. 빵으로 끼니를 잘 해결하지 못하던 아이들이 여행의 중반쯤 이르러서일까, 맛있는 이탈리아 피자 때문일까, 피자와 파스타를 식사로 먹게 되었다. 이탈리아에서는 피자를 나눠먹지 않고 1인 1피자를 먹는다고 한다. 우리가 아는 도우가 두꺼운 피자가 아니라 얇은 도우 위에 소스와 치즈가 얹어져 있는 것이 이탈리아 피자라 성인이라면 1판 정도 먹어줘야 배가 부를 것 같았다.
둘째 날은 아침부터 서둘러 패리를 타고 본 섬으로 가보았다. 한 여름 정오 쯤 베니스의 해는 너무 강해서 아이들을 데리고 돌아다니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라스베가스에 갔을 때 호텔 안을 돌아다니던 곤돌라를 타 본 적이 있다. 깔끔한 마도로스 옷을 입고 멋드러지게 노래를 부르던 사공을 보며 진짜 베니스의 곤돌라는 더 멋있겠지라고 상상했었다. 베니스에 왔으니 타볼까 생각했지만 어마 무시하게 비싼 가격에 그냥 눈으로 보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30분에 80유로)
파아란 하늘과 물 위에 떠 있는 건물들 사이로 난 물길은 어디를 찍어도 그림이었다.
"베니스 야외 테이블에서는 추가요금이 있다는 것! 명심!"
점심을 먹고 해가 뜨거워질 때 캠핑장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이탈리아는 아무데나 들어가서 먹어도 중간 이상은 한다고 한다. 골목 골목을 지나다 사람들이 많아 보이고 친절한 웨이터가 웃어주던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안은 복잡했지만 골목 사이에 위치한 테이블은 분위기도 좋고 그늘져 쉬기 좋았다. 밖에 앉겠다고 한 후 음식을 시켰다. 분위기가 좋으면 생각 나는 것이 한 잔의 술이다. 그래, 시원한 맥주도 한잔 하자 하고 여유를 부렸다.
다 먹고 나오는데 이게 왠걸. 바깥자리에는 추가 요금이 있었다. 그래서 저 분위기 좋은 곳을 두고도 다들 컴컴한 실내에서 복닥복닥 앉아 밥을 먹었던 것이다. 그래도 그 시간에 그 장소를 즐겼으므로 후회하진 않는다 애써 위로하며 나왔다.
돌아오는 패리를 기다리는 선착장에서는 여유있는 이탈리아 할아버지가 낚시를 하고 있었다. 아들들의 관심이 거기로 집중되었다. 대단한 장비가 있는 것도 아닌데 던지면 물고기가 낚기고 또 던지면 낚기고 신기하기만 했다. 낚아서 놔주고를 되풀이하고 있었다. 시간을 보내는 취미 생활쯤으로 보였다.
"텐트가 있다는 것=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캠핑장으로 돌아와서 그늘에서 쉬며 캠핑장을 둘러보았다. 구역이 나뉘어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규모가 큰 캠핑장이었다. 그 동안 다른 캠핑장에서 보지 못했던 어마어마하게 큰 카라반들도 바닷가쪽 구역에 많이들 있었다. 저런 카라반을 가진 사람들은 어떤 사람일까, 얼마나 부자일까 생각하며 걷고 있는데 신기한 듯 카라반들을 구경하던 큰 아이가 말했다.
" 엄마, 나는 그래도 우리 텐트가 제일 좋아요."
부모의 마음으로는 뭐든지 좋은 것, 최고의 것을 아이에게 해주고 싶다. 하지만 아이들이 원하는 그것은 가치로, 가격으로 책정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 안전하다는 기분,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 그런 것들로 느끼는 아이들의 잣대야 말로 진짜배기이다. 낯선 곳을 여행하고 돌아다니느라 우여곡절도 많고 해결해야 되는 일들도 많아서 즐거우면서도 불안한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큰 아이의 그 말을 들으니, 신랑과 내가 제대로 잘 해나가고 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뭉클했다.
"엄마도 우리 텐트가 젤 좋다야."
한껏 기분이 좋아져 아이들이 좋아하는 불고기를 준비해 이탈리아 베니스 캠핑장에서의 마지막 만찬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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