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의 캠핑 No.3 잘츠부르크, 잘츠캄머구트
"사운드 오브 뮤직의 도시, 잘츠부르크"
본 영화를 보고 또 보고 하는 것은 내 스타일이 아니다. 예외가 있는 영화가 몇개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사운드 오브 뮤직'이었다. 처음 영화를 보고 나서는 말괄량이 같은 쥴리 앤드류스가 아이들과 노래를 부르는 장면들이 한동안 머릿 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사람은 모두 자신을 기준으로 생각하게 된다. 유명한 영화이기도 했고 내가 수없이 보고 들었던 영화라 이 영화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왠걸. 신랑은 한번도 본 적이 없단다. 신랑은 나름 영화광이다. 한번 꽃힌 영화는 열번도 넘게 보는 스타일이다. 우리의 영화 취향은 성격 만큼이나 극과 극이라는 것을 '사운드 오브 뮤직'을 보지 않았다는 걸로 입증해주었다. 그리하여 오스트리아로 넘어와서 잘츠부르크에 도착했을 때 설레이고 흥분되는 마음은 안타깝게도 나만 가지는 걸로 만족해야했다.
2017년 8월 6일, 나에게는 세번째로 잘츠부르크를 여행하는 날이었다. 첫번째는 20대 사회초년생 시절 친구와 왔었고, 두번째는 신랑과 첫째만 데리고 '사운드 오브 뮤직' 투어를 했었고, 세번째는 우리 가족 넷, 모두 완전체로 잘츠부르크를 방문했다. 안타깝게도 가족 모두가 방문한 날 잘츠부르크의 날씨는 최악이었다. 비가 부슬부슬오고 또 비를 맞으니 한기가 느껴지는 그런 날씨였다. 여행 중에 비가 오면 '아 이거 망했네.'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비가 온 날 돌아다녔던 것만 그렇게 생각이 난다. 힘들어서 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아다녀서인지, 여러 이유로든 날씨가 궂은 날의 여행은 강렬하다. 여행지에 도착해서 날씨가 좋지 않다면, 아 이거 평생 기억 될 여행이구나 생각하길 바란다.
잘츠부르크 시내를 둘러보니 2년 전에 왔었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나면서 그 때 너무 어려서 데리고 오지 못한 둘째도 함께 와 있다는 사실이 너무 감사하고 좋았다. 2년 전에 왔을 때 사먹었던 핫도그 가게를 발견하고는 반가운 마음에 사먹고 싶었지만 핫도그를 들고 비가 오는 와중에 애들이 흘리는 뒷처리까지 해야 된다 생각하니 허기도 달아났다. 반가운 마음만 가지는걸로.
2년 전에 '사운드 오브 뮤직'투어를 했을 때 너무 좋았었다. 하지만 나만 좋았었다. 영화를 본적도 없는 신랑과 영어를 못 알아듣던 첫째는 어디를 가도 시큰둥해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사운드 오브 뮤직'에 대한 열정은 접어두고 아이들과 '호엔잘츠부르크 성'에 올라가보기로 했다. 비옷을 입고 돌아다녔지만 빗줄기가 거세지니 신발이며 바지며 비에 흠뻑 젖어 버렸었다. 어른이야 참으면 그만이지만 아이들이 힘들까 걱정되었다. 그런데 큰 아이가 이리저리 빗속을 뛰어다니면서 말했다.
" 엄마! 진짜 awesome이예요! 신발에 물이 가득차서 이렇게 돌아다니니깐 너무 재미있어요!"
"...."
자식은 전생에 나의 스승이였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전생에서 자신이 가르친걸 이생에서 제대로 지키면서 살아가고 있는지 확인하려고 자식으로 태어났다는 설명이었다. 아이들은 내가 앞만 보고 사느라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있을 때 한번씩 나를 흔들어 정신을 차리게 만든다.
"에메랄드빛 호수를 품은 잘츠캄머구트에서의 캠핑"
잘츠부르크 관광을 마치고 우리는 캠핑장이 있는 잘츠카머구트로 향했다. 우리가 갈 캠핑장의 이름은 Berau am Wolfgangsee으로, 정확히는 잘츠카머구트라기 보다는 잘츠부르크에서 잘츠카머구트 가기 전에 있는 볼프강호에 붙어 있는 캠핑장이었다.
룩셈부르크에서도 그랬지만 이번 잘츠카머구트 캠핑장에서는 동양인 가족이 와서 캠핑을 하는 것이 신기했는지 우리가 주차를 하고 텐트를 치는 것을 주변 이웃? 들이 그렇게들 빤히 쳐다보았다. 독일어를 쓰는 같은 문화권이라 그런가 무뚝뚝해 보이기는 매한가지 였다. 텐트를 치는 동안 주변을 돌아다니던 큰 애가 돌아와서는
"엄마, 영국 캠핑장이 그리워요. 친구도 사귈 수 있었는데. 여기는 못 알아듣겠어요. "
'엄마는 오죽하겠니. 영어도 안되는데.'
캠핑장 자체는 무난한 정도였으나 호수를 끼고 있어 호숫가에서 놀 수 있었다. 그것도 그냥 호수가 아닌 '볼프강호'. 이 호숫가에서 카약을 즐기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캠핑장 사무실에 돈을 내면 한시간 동안 빌려주는 카약이였다. 당연히 저런거는 구경이나 하는 거지 하고 생각했는데 신랑이 뛰어가더니 카약을 빌려왔다. 조심성이 많은 큰 아이는 유독 물에서는 겁이 없는 편이다. 아빠가 카약을 끌고 오자 신이 나서 방방 뛰었다. 둘째는 무섭다며 내 옆에 있겠다 하여 둘만 호숫가로 카약을 타고 나갔다. 그림 같은 호숫가에 오렌지빛 카약을 유유히 타고 나가 아들과 신랑이 즐기는 것을 보고 있자니 내 마음까지도 힐링이 되는 기분이었다.
캠핑을 하면서, 여행을 하면서 가슴이 찡하게 좋은 순간들을 마주할 때면 나 자신도 행복하지만, 이런 순간을 우리 아이들이 누릴 수 있게 해 줄 수 있다는 사실에 더 큰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아이들이 어려서 이 순간을 내가 기억하는 것 만큼 생생하게 기억하겠냐만은, 이 때의 충만했던 느낌, 기분이 아이들 마음 속에 켜켜이 쌓여 앞으로 살아가는 인생에서 아이들의 흔들리거나 쓰러질 때 다시 일어날 수 있게 하는 구심점이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사진 속 모습 그대로의 할슈타트"
둘째날은 할슈타트 구경을 다녀왔었다. 예쁘고 멋있었지만 그림으로 보던, 사진으로 보던 그대로라 큰 감흥이 없었다. 그냥 나 여기 와봤다 느낌. 그렇지만 또 안 가보기는 아쉬운 그런 곳. 아이들은 캠핑장에서 왜 더 놀지 않고 여기를 와서 걷고 있냐며 입이 쭉 나와서 돌아다녔다.
2박을 마치고 다음 목적지로 가려고 아침부터 짐을 쌌다. 처음 타본 카약에 흠뻑 빠진 첫째 아이는 이곳의 캠핑장이 자기가 가본 캠핑장 중 최고라며 잊지 못 할 것이라고 이야기 했다. 카약을 또 타고 싶다고 하였지만 정리하느라 바빠 그러지 못하였다. 짐들이 새끼를 치는 것일까. 여행 일수가 늘면 늘수록 이상하게 짐도 늘어만 갔다. 차 구석구석을 짐으로 다 채우고 떠날 준비를 하였다. 이동하는 길에 점심을 해결해야 할 것 같아 신랑이 텐트를 걷는 동안 나는 점심 도시락을 쌌다. 둘째 아이가 빵을 먹지 않아 볶음밥을 싸고 있는 나를 보더니 신랑이 못 말린다며 고개를 절래절래 내저었다. 애들이 배가 고프거나 끼니를 넘기면 그 때부터 엄마 마음은 타들어가는 것 같다. 쿨 하게 저녁 많이 먹자 라고 하면 될 것을..생각만 하지 절대 실천은 불가능하다.
다음 목적지는 인스부르크 였다. 알프스 더 가까이에 있는 인스부르크로 간다니 신이 났다. 아이들과 신랑은 호수를 보고 신나했고 그곳에서 물놀이를 즐겼지만 나는 산이 좋았다. 산으로 산으로의 일정이 남아 있어 기대되고 설레였다.
세상 평범하게 살아온 인생이라 가슴에 타오른는 열정 같은 것을 경험해 본 적이 없다. 무슨 힘든 고난과 시련을 겪고 이겨낸 경험도 없다. 그런 평범한 이 아줌마 가슴에 훈훈한 불기운을 불어 넣으며 타오르라고 유혹하는 것이 캠핑 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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