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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의 캠핑 No. 3 - 웨일즈

드로잉미 2020. 3. 19.

 

영국에서의 캠핑 No. 3 - 웨일즈

"최고의 캠핑장, ffrest fields"

 2018년 5월 18일, 웨일즈로의 첫 캠핑을 떠났다. 우리에게는 모두 같은 영국이라 생각되지만 영국 내에서는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 아일랜드에 대한 서로간의 구분이 꽤나 명확했다. 영국에서의 3번째 캠핑이였지만 웨일즈로는 처음이였던 캠핑.

  날씨가 너무 좋았다. 캠핑하기에 더할나위 없이 좋았다.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만으로도 이미 웨일즈가 맘에 들었다. 우리가 갔었던 캠핑장은 ffrest fields였다. ff는 어떻게 읽는 글자인가 싶지만 웰쉬(웨일즈 언어)가 써져있는 간판들을 보면 영어와는 딴판인, ff와 같이 읽을 수 없는 단어들을 많이 보았다. 어떤 곳은 캠핑장으로 가까워질 수록 영어 간판은 사라지고 웰시로만 안내되어 있는 표지판들도 있었다. (캠핑장 사이트 www.fforestfield.co.uk)

캠핑장으로 가는 길 in Walse

캠핑장에 도착한 순간, '아 여기는 나에게 영국 최고의 캠핑장으로 남을 것이다.'는 느낌이 팍팍 왔다. 우리 캠핑 pitch 바로 옆에 자그마한 개울가가 있었고 텐트를 쳐야 하는 자리 위로는 나무가 뻗어있어 자연스러운 그늘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캠핑장 화장실과 주방은 너무나 깨끗했고 특히나! 캠핑장 싱크 시설이 있는 곳에 냉장고가 여럿있어 음식을 보관할 수 있어도록 해주고 있었다. 

어느 각도로 보아도 최고의 캠핑 사이트였다.

  뜨겁지 않은 햇볕이 온종일 내리쬐는 환상의 날씨까지 받쳐주어 그저 이보다 좋을 수가 있을까 싶은 날씨였다.  힘들었던 캠핑은 그 강렬함으로 잊혀지지 않는 순간 순간을 선물하지만 더할 나위 없이 좋았던 캠핑은 희미하지만 행복하고 충만했던 느낌을 잔잔하게 주어 떠올릴 때마다 미소짓게 한다. 텐트를 설치하고 캠핑장 주변을 둘러보러 나섰다. 이보다 좋을 수가 있어? 하는 우리의 생각을 비웃듯이 캠핑장 바로 옆에는 작지 않은 호수가 위치해있었다. 그리고 거기서는 카약을 빌려서 탈 수가 있었다. 오스트리아에서 카약을 타본 후로 큰 아이의 소원이 카약을 탈 수 있는 캠핑장을 또 가는 것이었는데 완전 횡재한 기분이었다. 시간이 늦어 카약타기는 다음 날로 미루고 호숫가를 산책하는 것으로 첫날의 일정을 마쳤다.

캠핑장 옆의 호숫가. 설명이 필요없다. 

"웨일즈에서의 트레킹"

  둘째날은 역시나 아침을 챙겨먹고 트레킹을 나섰다. 영국의 많은 캠핑장들은 캠핑장 근처에 트레킹 코스를 가지고 있다. 캠핑와서 쉬면서 트레킹 길을 걷는 것이 영국 스타일 캠핑인 듯 싶었다. 경사가 가파르지 않은 오르막길을 오르고 올라서 내려다 보니 우리가 있는 캠핑장이 한눈에 들어왔다. 높은 산을 올라 까마득히 먼 아래를 내려다보는 희열도 멋지겠지만 나지막한 산 위에서 손에 잡힐 듯이 보이는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트레킹의 시작은 양들에게 인사하기
아래 보이는 네모난 것들이 캠핑장의 텐트들이다. 

  "캠핑장 안의 호수에서 카약타기"

  트레킹을 끝내고 드디어 큰 아이가 소원해하던 카약을 타러 갔다. 아빠와 아들 둘이 탄 카약은 호수 구석구석을 돌았다. 맛있는 음식도 먹어본 사람이 먹을 줄 안다는 말이 있었던가. 카약도 타봤어야 그 맛을 아는가보다 싶었다. 이 전에 시도해 보지 않았더라면 큰 아이는 본인이 카약을 좋아하는지, 그 느낌이 어땠는지 알지 못했을 텐데 해보고 나니 또 타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으리라. 뭐든 해보려 하고 가보려하고 시도해보려는 신랑에게 고마운 마음이 생겼다. 나라면 시도도 하지 않았을 많은 것들을 나와는 다른 아빠가 있어 아이들이 더 크게 넓게 성장하겠다 싶었다. 

 

셋은 신나게 탔지만 보고 있던 나는 불안했다.

 

 


  캠핑장에서 아이들은 하나가 된다. 우리 텐트 바로 옆에 작은 개울이 있었는데 거기 올챙이들이 수십마리가 살고 있었다. 우리 아이들이 그물을 가져와 올챙이를 잡기 시작하니 캠핑장 아이들도 하나 둘 몰려와서 올챙이 잡기에 다들 동참해서 놀기 시작했다. 그게 뭐라고 몇 시간을 그러고 놀았다. 그러는 사이 큰 아이는 이쁜 웨일즈 여자친구를 만들었다. 마지막날 캠핑장을 떠날 때 그 여자아이는 큰 아이에게 이메일 주소를 주면서 우리 아이의 이메일 주소도 물어보고 갔다. 어렸을 적 캠핑장에서의 인연으로 연락을 이어가다 20대에 다시 만나 사랑을 키우는 사이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나의 쓸데없는 상상을 끝으로 너무나 좋았던, 행복했던, 그래서 희미한 웨일즈에서의 캠핑을 마무리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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