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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의 캠핑 No 1. -피크 디스트릭트 공원

드로잉미 2020. 3. 17.

  " 국립공원으로 첫 캠핑을 떠나다- 피크 디스트릭트 국립공원"

 2017년 7월 7일, 우리 가족은 영국에서의 첫 솔로 캠핑을 떠났다. 첫 캠핑지는 피크 디스트릭트(Peak District) 국립공원 안의 캠핑장 이었다. 비가 예고도 없이 자주 오는 영국 날씨의 특성 때문에 영국은 유럽에서 가장 고퀄리티의 잔디를 가지고 있다. 피크 디스트릭트는 그런 카펫 같은 잔디가 끝도 없이 펼쳐진 초록 초록한 숲 속이었다.

 

피크 디스트릭트 안의 드넓은 잔디밭

  우리는 리벤데일 홀리데이 공원 Rivendale Holiday Park라는 피크 디스트릭트 국립공원 안에 위치한 캠핑장을 2박 3일 예약하였다. 이 곳은 텐트를 사용하는 grass pitch 구역이 있었고 주로는 모토홈, 카라반이 위치하고 있었다. 캠핑 Pitch (각자의 텐트 치는 곳을 'pitch'라고 한다) 가 있는 곳으로는 차가 진입 할 수 없어 캠핑장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짐을 하나씩 날라야 하는 구조였다. 

짐을 나르는데 유용한 트롤리, 우리가 친 텐트 앞 펼쳐진 잔디밭

  "캠핑장에서 마주치는 사람들과 Hello 인사는 기본 매너"

 잔디가 펼쳐진 캠핑 pitch로 짐을 나르면서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사람들과 인사를 어색하게 나누었다. 우리나라와는 많이 다른 문화이지만 영국에서는 물론이고 (특히나 영국에서는) 다른 유럽 나라에서도 캠핑장에서 오다 가다 만나는 사람들과 눈인사나 짧은 인사, 미소를 건내는 것은 어떠한 매너를 넘어선 기본에 가까운 행동이다. 일면식도 없는 생판 남과 인사하는 것이 우리에겐 없는 문화라 어색하지만 캠핑을 하다 보면 스쳐지는 사람과 눈인사도 하지 않고 지나가는 사람을 보면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로 영국에선, 그리고 유럽에선 기본적인 매너이다. 어색하다면 살짝 미소만 지어줘도 충분하다. 텐트를 가지고 캠핑을 하기가 부담스럽다면 캠핑장에 위치한 모토홈을 예약하여 캠핑에서 누릴 수 있는 자연과 콘도스타일의 편안함을 동시에 누릴 수 있을 것 같다. 

 

  오후에 도착하여 첫날은 텐트를 치느라 다 보냈다. 짐을 차에서 내려 pitch까지 옮길 때는 왜 이렇게 불편한 캠핑장을 예약했나 싶어 신랑이 원망스러웠으나 텐트를 치면서 저녁을 준비해야 하는 정신없는 상황이 되어보니 주변에 차가 없어 아이들을 차 걱정 없이 풀어놓을 수 있는 이 환경이 참 좋다 라고 느끼게 되었다. 내 텐트 바로 옆에 주차를 할 수 있고 없고는 편리함을 가지느냐 아이들의 안전함을 가지느냐의 문제와 연결되는 줄 그 때 알았다. 

이런식으로 활용하는 영국의 'windbreak'

  각자의 pitch 숫자 앞에 텐트를 치게 되어있었다. 개별적인 구획이 나누어진 것은 아니여서 서로의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알아서 자신의 텐트를 치는 구조였다. 영국에서의 캠핑에서 눈에 띄는 캠핑장비라 하면 windbreak이다. 일종의 캠핑용 울타리쯤 되는 것으로 유럽에서 캠핑할 때에도 어딘가 저 windbreak가 쳐져 있다 하면 거의 100프로 영국 사람의 텐트였다. 캠핑을 하면서 내 생활공간이 너무 오픈되는 것이 싫다 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픈 아이템이다.

 


"영국의 작은 시골 마을  Ashbourne"

 둘째날은 일어나서 피크 디스트릭트 입구에 있는 작은 마을 Ashbourne이라는 마을 구경을 갔다. 마침 마을 중심에선 마켓이 열리고 있어서 이것 저것 구경할 것들이 많았다. 양털을 깎는 것을 직접 시연해서 보여주는 곳도 있었고 직접 만든 수공예품, 엔틱 소품들 다양하게 팔고 있었다.

 

그러다 내 맘에 딱 뜨는 가죽 암체어가 눈에 들어왔다. 가격도 비싸지 않아서 살까 말까를 고민하고 있자니 신랑이 옆에서 한마디 했다. "차에 저거 들어갈 자리 없어." 자리 앞 뒤로 짐을 꽉꽉 채워 간신히 캠핑을 왔던 터라.. 그 어떤 것도 살 수 없다는 것을 그 때서야 깨달았다. 아쉽지만.. 아이쇼핑만 하는 걸로. 

 

"피크 디스트릭스는 트레킹 하러 가는 곳"

 

  오후에는 캠핑장으로 돌아와 트레킹 준비를 하고 캠핑장 둘레에 나 있는 트레킹 길을 걸었다. 근처 산책이나 가보자 하고 나섰던 것이 이게 트레킹 길이구나 하고 느꼈을 때쯤 아이들은 목이 마르다고 난리가 났고 다리가 아프다고 울상을 짓기 시작했다. 결국 둘째는 아빠 등에 업혀서 돌아오게 되었고 덕분에 신랑은 극기훈련을 하게 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우리의 첫 솔로 캠핑은 2박 3일로 잘 마무리 하였다. 처음이라 마음 놓고 즐겼다기 보다는 모든게 조심스럽고 낯설었던 캠핑이었다. 캠핑을 하면서 자연과 마주하게 되면 아이들은 여러모로 어른보다 자연과 가깝고 자연에서 즐겁게 논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있는 그대로의 날것, 순수한 것, 때묻지 않은 것들은 서로 통하는 걸까. 그런 것에서 멀어진 어른들이 어떻게든 그 때로 되돌아 가려는 발버둥이 캠핑이 아닐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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