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중학생] 중2 아들에게 엄마의 잔소리는 정말 독일까?

시험만 다가오면 시작되는 고민

중간고사를 끝내고 돌아서니 기말고사가 다가오고 있다. 

중학교 입학하고 4번째 맞이하는 시험인데 아직도 왜 엄마인 내가 이렇게 온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가 하는 자괴감이 밀려왔다. 

뭐든지 알아서 다 해주는 헬리콥터 맘은 정말이지 되고 싶지 않은데 혹시나 내 모습이 그러하지 않은지 객관적이 되려고 노력 중이다. 

 

이제 너 스스로 해봐

얼마 전 큰 아이에게 넌지시 물어보았다. 

이번 시험은 이제까지 연습한 대로
너 스스로 준비해봐.
엄마는 네가 도와달라고 하는 부분을
서포트해줄게

 

엄마의 잔소리가 지긋지긋 했을 테니 너 스스로 알아서 하라는 말에 마냥 기뻐할 줄 알았다.

하지만 큰 아이는 기뻐하기보다는 동공이 흔들리며 불안한 기분을 얼굴에 드러냈다. 

예상과 다른 반응에 의아하면서도 어떻게 하는 게 맞는 방법이고 아이에게 좋은 방향일까를 다시 고민하게 되었다. 

 

잔소리가 독이 아닌 약일 수도

이런 나의 고민을 회사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 동료들에게 털어놓았다. 

잔소리 듣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내가 끊임없이 아이에게 잔소리를 해야 하는 이 모순적인 상황을 설명하며, 이제는 정말 내가 바뀌어야 하는 시점이 아닐까 하는 고민을 이야기했다. 

큰 아이의 입장에서 엄마의 잔소리가 독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의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회사 동료 중 한 명의 엄마가 이렇게 이야기를 해주었다. 

저는 엄마 잔소리가 아니었으면
지금 이 모습이 아니었을 거예요. 

잔소리를 듣기 싫어서 할 일을 어떻게든 하는 아이가 있고 엄마의 가이드라인과 잔소리를 따라 목표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아이가 있다는 요지였다. 큰 아이가 아마도 후자의 경우이지 않을까 하는 의견도 말해주었다.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시각이라 눈이 번쩍 뜨이는 느낌이었다. 

누군가에게 이래라저래라 잔소리 듣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성향인 나는, 잔소리하지 않는 엄마 밑에서 내 할 일은 알아서 어떻게든 해내며 컸다. 그래서 그 누군가는 잔소리라는 독과 같은 것이 독이 아니라 약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지 못했다. 

아이에게 이제 잔소리하는 것을 그만해야 겠다고 결심한 것도 아이를 위한다기 보다는 잔소리 하는 내가 너무 힘들어서 놓고 싶었던 마음이 컸던 것 같다. 

 

사냥의 방법을 제대로 알려주고 들판으로 내보낼 것

큰 아이는 기질이 순한 편이고 익숙한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시험 준비 알아서 해봐라는 것을 엄마는 이제 상관 안 할 테니 네가 혼자 해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1학기 중간고사, 2학기 기말고사, 2학기 중간고사 이 3번의 시험을 지나면서 시험공부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하는구나 정도 감을 잡고 있는 아이에게 이제 나는 모르겠으니 네가 알아서 해라의 의미로 받아들여서 불안한 내색을 했던 것이다. 

 

스스로 공부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일정을 짜고 실천해 나가는 방법까지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을 찬찬히 가르쳐 주지 못했었다. 

사냥의 방법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들판으로 활만 들려서 내보내는 것은 위험한 행동이다. 

아들아. 이제 사냥을 알려줄 테니
멧돼지를 잡아와라!

 

 

기말고사도 또 같이 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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